‘메이브’ 음악프로그램 데뷔무대
이날 출연팀 중 최다 조회수 기록
IT사 이어 엔터사 본격 뛰어들 조짐
지속 가능한 팬덤 쌓을지 관건
가상 걸그룹 메이브.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28일 방송된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MBC)엔 색다른 출연자가 나와 데뷔무대를 펼쳤다. 4인조 가상 걸그룹 메이브였다. 그룹 이름은 ‘메이크 뉴 웨이브’의 줄임말로 케이팝에 새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첫번째 싱글 앨범 <판도라스 박스>의 타이틀곡 ‘판도라’의 발표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데뷔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이날 <쇼! 음악중심> 출연팀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수였다. 이 프로그램 노시용 피디(PD)는 “앞으로 가상 아이돌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메이브가 전세계 케이팝 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가상 걸그룹 메이브의 <쇼! 음악중심> 데뷔 무대. <쇼! 음악중심> 갈무리
앞서 지난해 8월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 멤버 제인은 <뉴스라이더>(YTN) 생방송에 게스트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 가상인간의 광고 또는 드라마 출연은 종종 있었지만, 생방송 출연은 국내 최초였기 때문이다. 생방송에 나온 제인은 ‘출연 소감을 말해 달라’는 앵커 질문에 “티브이(TV) 생방송 출연은 처음이다. 지금 너무 신기하고 떨리는데 재밌다”고 했다. 제인은 이터니티 신곡 ‘파라다이스’의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수십만장의 얼굴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합성, 초당 30프레임의 페이스 스와프와 생방송 내내 끊김 없는 신호처리 기술이 작동한 결과였다.
그룹 슈퍼카인드는 가상 아이돌 두명(세진·승)을 포함한 7인조 보이그룹으로, 지난해 6월 데뷔했다. 가상 아이돌 세진은 팀에서 센터와 메인보컬까지 맡고 있다. 가상 아이돌은 실제 멤버와 함께 칼군무를 소화한다. 2021년 데뷔한 11인조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는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4곡을 선보이며 활동하고 있다. 4곡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모두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생방송에 출연한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 <와이티엔> 갈무리
이들 가상 아이돌을 데뷔시킨 건 정보기술(IT) 회사였다. 하지만 앞으론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이런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조짐을 보인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는 3월 데뷔를 목표로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에 나오는 캐릭터 나이비스(nævis)를 가상인간으로 개발하고 있다. 나이비스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조력자로 나오는 캐릭터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는 최근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에스파의 뮤직비디오에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등장한 나이비스를 인공지능 아티스트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가 데뷔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축제엔 에스파가 공식 초청됐다. 관객은 눈앞에서 에스파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즐기고, 가상현실(VR) 장비를 쓰면 나이비스가 펼치는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에 나오는 캐릭터 나이비스(nævis).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상 아이돌의 등장은 케이팝 영향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케이팝은 아이돌 콘텐츠을 소설·웹툰·영화 등으로 넓히며 지식재산권(IP)을 다져왔는데, 가상 아이돌 론칭 자체가 그 확장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 아이돌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자연스럽게 활동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활동할 수 있는 가상 아이돌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가상 아이돌의 모공과 속눈썹까지 실감 나게 만들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점도 장점이다.
문제는 아티스트로서의 경쟁력이다. 아직은 물음표다. 가상인간 로지와 한유아는 지난해 각각 솔로 가수로 데뷔했지만, 노래는 차트 순위권에도 들지 못한 채 미미한 반응을 보였다.
그룹 슈퍼카인드. 이 그룹은 가상 멤버 세진(왼쪽 셋째)이 포함돼 있다. 딥스튜디오 제공
<소녀 리버스> 방송 장면 갈무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건은 팬덤이다. 가상 아이돌이 어떻게 탄탄한 팬덤을 쌓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팬덤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사람 같은’ 가상 아이돌이라도 거리감은 좁혀지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술보다 팬덤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가상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가 대표적이다. 실제 걸그룹 멤버가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가상 아이돌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나오는 가상 아이돌은 이미지가 2디(D) 애니메이션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실제 걸그룹 멤버들은 ‘연애썰’ 등 거침없는 입담을 펼치며 가상 아이돌에겐 없어 보이는 인간미를 드러내며 팬덤을 쌓아가고 있다.
결국 가상 아이돌이 현실 아이돌처럼 팬덤을 쌓아가기 위해선 팬을 사로잡는 노래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는 “가상인간을 실제 사람처럼 받아들이려면 스토리텔링과 음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메이브’ 음악프로그램 데뷔무대
이날 출연팀 중 최다 조회수 기록
IT사 이어 엔터사 본격 뛰어들 조짐
지속 가능한 팬덤 쌓을지 관건
지난달 28일 방송된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MBC)엔 색다른 출연자가 나와 데뷔무대를 펼쳤다. 4인조 가상 걸그룹 메이브였다. 그룹 이름은 ‘메이크 뉴 웨이브’의 줄임말로 케이팝에 새 물결을 일으키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첫번째 싱글 앨범 <판도라스 박스>의 타이틀곡 ‘판도라’의 발표 무대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데뷔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이날 <쇼! 음악중심> 출연팀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수였다. 이 프로그램 노시용 피디(PD)는 “앞으로 가상 아이돌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메이브가 전세계 케이팝 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 멤버 제인은 <뉴스라이더>(YTN) 생방송에 게스트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 가상인간의 광고 또는 드라마 출연은 종종 있었지만, 생방송 출연은 국내 최초였기 때문이다. 생방송에 나온 제인은 ‘출연 소감을 말해 달라’는 앵커 질문에 “티브이(TV) 생방송 출연은 처음이다. 지금 너무 신기하고 떨리는데 재밌다”고 했다. 제인은 이터니티 신곡 ‘파라다이스’의 포인트 안무를 선보이기도 했다. 수십만장의 얼굴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합성, 초당 30프레임의 페이스 스와프와 생방송 내내 끊김 없는 신호처리 기술이 작동한 결과였다.
그룹 슈퍼카인드는 가상 아이돌 두명(세진·승)을 포함한 7인조 보이그룹으로, 지난해 6월 데뷔했다. 가상 아이돌 세진은 팀에서 센터와 메인보컬까지 맡고 있다. 가상 아이돌은 실제 멤버와 함께 칼군무를 소화한다. 2021년 데뷔한 11인조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는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4곡을 선보이며 활동하고 있다. 4곡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모두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가상 아이돌을 데뷔시킨 건 정보기술(IT) 회사였다. 하지만 앞으론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이런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조짐을 보인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는 3월 데뷔를 목표로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에 나오는 캐릭터 나이비스(nævis)를 가상인간으로 개발하고 있다. 나이비스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조력자로 나오는 캐릭터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는 최근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에스파의 뮤직비디오에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등장한 나이비스를 인공지능 아티스트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가 데뷔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축제엔 에스파가 공식 초청됐다. 관객은 눈앞에서 에스파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즐기고, 가상현실(VR) 장비를 쓰면 나이비스가 펼치는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 아이돌의 등장은 케이팝 영향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케이팝은 아이돌 콘텐츠을 소설·웹툰·영화 등으로 넓히며 지식재산권(IP)을 다져왔는데, 가상 아이돌 론칭 자체가 그 확장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 아이돌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도 자연스럽게 활동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활동할 수 있는 가상 아이돌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가상 아이돌의 모공과 속눈썹까지 실감 나게 만들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점도 장점이다.
문제는 아티스트로서의 경쟁력이다. 아직은 물음표다. 가상인간 로지와 한유아는 지난해 각각 솔로 가수로 데뷔했지만, 노래는 차트 순위권에도 들지 못한 채 미미한 반응을 보였다.
관건은 팬덤이다. 가상 아이돌이 어떻게 탄탄한 팬덤을 쌓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팬덤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사람 같은’ 가상 아이돌이라도 거리감은 좁혀지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술보다 팬덤에 집중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가상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가 대표적이다. 실제 걸그룹 멤버가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가상 아이돌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나오는 가상 아이돌은 이미지가 2디(D) 애니메이션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실제 걸그룹 멤버들은 ‘연애썰’ 등 거침없는 입담을 펼치며 가상 아이돌에겐 없어 보이는 인간미를 드러내며 팬덤을 쌓아가고 있다.
결국 가상 아이돌이 현실 아이돌처럼 팬덤을 쌓아가기 위해선 팬을 사로잡는 노래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는 “가상인간을 실제 사람처럼 받아들이려면 스토리텔링과 음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